여행! 우리 가족을 위한 오아시스

한정아 씨(코펠 거주)

달라스에서 거주한지도 벌써 10년. 겨우 4살, 2살에 불과했던 두 아들도 어느새 10대가 됐다.

남편이 타 지역에서 사업을 하기 때문에 자주 얼굴을 보지 못하는 아빠의 빈자리가 아이들에게 영향을 주지는 않을까 걱정을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건강하게 자라주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어른에 대한 공경, 한국에 대한 이해, 그리고 여행이었다.

내 아이들이 훗날 돈, 명예를 모두 거머쥘 수 있는 성공을 거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올바른 인성과 먼 이국에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잊지 않고 항상 행복하게 살아갔으면 하는 작은 바램 때문이었다. 어른을 공경하는 법은 인사를 잘하게 하고 기본적인 예절을 가르치는 것으로, 한국에 대한 이해는 한국의 문화, 한글 등을 배우게 하고 한국 음식을 먹게 하는 등 생활 속에서 충분히 가능했다. 그러나 여행만큼은 도움을 줄 수 없어 미안한 마음이 컸다.

어른들에게는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잠시나마 일상에서 겪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여행이지만 아이들에게는 훨씬 더 큰 의미를 준다. 내가 사는 곳만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아는 편협함에서 벗어나게 하고 다른 지역의 음식과 문화를 보면서 다양함을 이해하고 나와 다름을 받아들일 줄 알게 한다. 여행하면서 겪게 되는 어려움과 육체적 피로는 강인한 정신을 길러줄 뿐만 아니라 기분 좋은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동행하는 이들의 마음까지도 헤아려야 한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수많은 여행지 중에서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곳은 바로 자연, 그 자체였다. 미국에 거주한다는 사실이 행운으로 여겨질 수 있는 이유는 미국에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유명 관광지는 물론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대도시가 많다는 점이다. 그러나 일상 생활에 젖어있다 보면 여행을 계획하는 것이 쉽지 않다. 어떤 지역이 여행하기에 좋은지, 숙박이나 일정은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경비는 어느 정도 예상해야 하는지 생각만 해도 골치 아픈 일이 투성이다. 그래도 어떻게 해서든지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하고 싶은 것이 엄마의 마음인가 보다.

사실 절반은 아이들을 위해, 또 절반은 나를 위한 여행이다. 텍사스라는 넓디 넓은 땅에서 운전을 싫어하고 영어가 두려운 평범한 주부에게 연휴 때마다 버스투어에 나서는 한진관광의 여행상품은 크리스마스 선물과도 같았다.

록키산맥의 산상열차, 그랜드캐년, 세도나, 콜로라도 스키여행, 뉴 멕시코 방문 등 기억 속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여행은 한진관광과 함께 한 것이었다.

즐거운 추억, 록키산맥과 옐로우스톤 관광

이제 새로운 여행지를 개척하라고 채근하기까지 된 우리 가족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준 곳은 첫 여행지였던 록키산맥 관광과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을 돌아본 일이었다.

특히 옐로우스톤 관광은 거의 하루를 버스에서 보내야 하는 고단한 일정을 시작되는 여행이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었다.

수 십만년 동안 물을 뿜어대고 있다는 간헐천, 노랗게 변한 바위 표면을 보며 느끼는 자연의 신비로움, 버팔로, 사슴, 물소 등이 떼를 지어다니는 모습, 특히 눈길을 끌었던 곳은 '매머드 핫 스프링스(Mammoth Hot Springs)'. 오랜 세월 유황이 덧칠해져 노란색을 띠는 계단식 석회암 바위 위로 온천 물이 흘러내리는 장관이 펼쳐지는 곳이었다. 역한 냄새를 풍기는 유황가스 덕분에 오래 머물지는 못했지만 아이들과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찾고 싶은 관광지인 옐로우스톤 국립공원, 어쩌면 꼭 다시 찾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같은 여행지라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갖게 되는 느낌이 달라진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내 아이들이 어린 시절 엄마, 아빠와 함께 여행했던 같은 자리에 되돌아와 자연 앞에서 배운 겸손함 되새겨 보길 바란다. 청년이 돼서 옐로우스톤을 다시 찾을 때는 성공을 꿈꾸는 당찬 젊은이가 돼 있기를, 장년에 이르러 공원을 찾을 때는 사랑하는 아내, 자신을 꼭 닮은 아이와 행복한 웃음을 지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