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함께 한 스키여행아내의 특별한 선물 한정용(47세. 코펠거주)
아이들을 데리고 몇 년 전부터 한진관광을 따라 여행을 자주 다니던 아내. 올해는 무슨 영문인지 겨울이 채 오기도 전부터 큰 아들과 단 둘이 스키여행을 다녀오라고 성화였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두고 가끔 떨어져 지내야 하는 터라 미안한 마음에 그렇게 하겠다고만 약속을 해뒀었다.
올해는 할인가에 제공된 한진관광의 스키여행 상품이 좋은 반응을 보여 예상 인원이 훨씬 초과 됐다는 소식에 걱정부터 하던 아내. 나와 아들이 불편한 여행을 하게 될까 걱정을 하면서도 사춘기가 돼 가는 아들에게 꼭 필요한 시간이라며 등 떠밀다시피 해 여행을 보냈다. 인원이 많아 불편한 여행이 될 거라는 아내의 걱정은 기우일 뿐이었다. 원래 여행은 즐거운 고생길인 법이다. 그 고단한 여행을 함께 즐기려고 모인 사람들이기에 한편으로는 동지애마저 느껴졌다.
오후 6시에 출발해 한참을 자고 나니 버스는 어느덧 낯선 풍경으로 데려다 줬다. 신들의 정원을 잠깐 걷고 났더니 생각보다 숨이 많이 차 운동 부족이라는 사실도 절감해야 했다. 공군사관학교를 돌아볼 때는 뭐 볼게 있나 싶어 차에서 쉬기도 하며 여유를 부려보기도 했다. 항상 여행을 하면 운전은 도맡다시피 하는 편이었는데 내 스스로가 즐기는 여행은 참 오랜만이었다. 더구나 어느덧 7학년이 된 큰 아들과 함께 한 첫 여행이라 내심 기대도 커서 평소보다 다정한 아버지가 돼 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가족 같은 편안한 분위기, ‘최고’의 스키 여행
직접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지는 못했지만 남자 둘이 여행 온 것이 걱정돼 아침마다 문을 두드려 손수 모닝콜을 해 주신 사장님, 집에서 음식까지 장만해 와 나눠 먹으며 동행해 준 사모님. 두 분 모두 가족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주셔서 잠자리가 조금 불편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였다.
무엇보다 여행의 절정은 스키. 남들이 한 번도 내달리지 않은 설원을 가르는 기분은 ‘최고’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직은 스키에 서투른 큰 아들 녀석을 이끌고 눈밭을 뒹굴기도 하고 생각보다 훨씬 긴 루프에 체력의 한계를 실감하면서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성공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느라 소소한 행복들을 놓쳤던 것은 아닌가 싶었다. 묵묵히 일하는 아버지의 희생이 있어야만 가족들이 더 발전하고 행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다른 아버지들이 어떻게 가족들을 챙기는지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어르신들의 조언을 들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됐다. 또 평소에 의젓한 줄만 알았던 큰 아들이 사실은 늦잠도 자고 컴퓨터 게임을 자주 한다는 것을, 한 번 시키면 알아서 척척 잘하는 줄만 알았더니 이제 사춘기가 오는 어린 아들이라는 걸 알게 됐다. 자식들 교육은 아내에게 맡겨뒀었는데 어쩌면 함께 짊어져야 할 책임을 미뤄뒀었던 건 아닌가 싶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던 날 저녁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던 아내의 말 한마디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여행 너무 잘 보냈다. 내가 그 동안 바랬던 게 바로 이렇게 이해해주는 거야. 내년 여름에는 둘째 아들이랑 여행 다녀와야 해!”
조금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나도 모르게 둘째 아이와 함께 하게 될 다음 여행을 고대한다. 아울러 한진관광 사장님과 이하 여행을 함께 했던 모든 한인들에게도 감사를 전해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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