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모과나무
등록일.IP.조회수   2011-09-11   /   76.♡.243.165 /  624
제 목   옐로스턴 여행기
내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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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끝없이 펼쳐지는 초원지대를 달리고 있었다.

다소곳이 이어지는 황금빛 능선들, 하얀 구름을 안은 크고 작은 호수, 무지개떡 같은 바위들,
모두는 차창밖 한 폭의 산수화 같은 풍광을 경이로운 시선으로 즐기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무주 설봉산에서 보았던,
살아서 천 년이요 죽어서 천 년을 서 있다는 주목의 고사목을 연상케 하는 풍경이 들어온다.
다만 다른 것은, 
설봉의 고사목은 풍상에 시달려 기묘한 형상을 하고 있는 반면에,
이곳의 그것은 밑에서 푸릇푸릇 올라오는 다음 세대를 위해 잎을 다 떨군 채 두 손 모아 하늘을 우러르듯 잿빛으로 그렇게 서 있다.
산불이 나서 불에 탄 것이 아니고 자연히 그리 되었다는 그 고사목을 보면서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어져......" 
라는 글귀가 떠오른다.
그리고는 벌써 이미 오래 전부터 자연이 먼저 그 말씀을 실천하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버스는 저만치 록키산 줄기의 희끗희끗한 만년설을 바라보며 옐로스턴에 도착했다.

수증기를 푸-푸 내뿜는 진흙화산열탕이 여기저기 산재해 있다.
그 열탕으로 인해 형형색색 곱게 물든 바위며 물빛은 어느 화가가 저런 색상을 낼 수 있을까? 싶게 신비한 빛을 띠고 있다.
가히 북미 최고의 아름다움이라 불릴만 하다.

자리를 옮겨 어느 한 분기공에 이르렀다.
현재 유일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분기공이다.
이곳은 다른 데와는 달리 금방이라도 땅 속으로부터 붉은 불길을 토해낼 듯 설설 끓는 물이 머리를 풀어헤치고 마구 휘돌아친다.
쉬익-쉭 기체를 뿜어내는 소리가 제법 크다.
그 소리는 마치 어느 거대한 이의 한숨소리처럼 들린다.
순간
숙연해진다.
신이 세상을 향한 어떤 경고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들르는 명소마다 역사가 있고 사연이 있다.
이런 명소에 대한 상식이나 지식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신이 다스리는 자연과, 자연에 순종해야 하는 인간만이 있을 뿐이다.
하여,
인간은 절대로 자연을 지배하거나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굳히게 된다.

여행을 떠날 때는 미지의 세계를 그리며 떠난다.
그러나 돌아올 때는 무언가를 느끼고 또 깨달음을 얻어가지고 온다.
그것은 가이드인 조사장님의 자세한 설명과 안내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출발할 때는 와이오밍 숙소까지 18시간이나 간다기에 내심 걱정을 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날까지 그다지 피곤함을 느끼지 않았던 것은,도로 사정도 좋았지만
그보다는, 베테랑급의 두 기사분의 운전 솜씨 덕분이 크다.

늘상 즐거운 표정으로 밤잠을 설쳐가며 관광객의 식사를 준비한 사모님도  대단한 분이다.
이런 식사가 별 것 아닌 거 같아도, 관광객들에게 활기를 주고 서로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된다.
손님들이 편안한 만큼 반대급부로, 안내하는 분들의 고단함은 그만큼 클 것이다.